데씨 아키텍츠는 2014년 1월에 설립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로,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데씨 아키텍츠는 공간이 중심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활기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환경의 역사와 디자인의 의미를 생각하고 은유와 직설을 통해 이미지와 감각이 공간에 깃들기를 바란다. 결국 사람이 중심인 공간을 통해 주변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Q. 웍스나인 홍대점은 어떤 계기로 디자인을 맡았나?
그게 참 재밌어요. 웍스나인 대표님 그러니까 클라이언트께서 직접 저희 사무실로 찾아오셨어요. 마침 홍대점을 오픈하려고 준비하면서 마음에 맞는 디자이너를 찾고 계셨는데, 지나가는 길에 저희 사무실을 보시고는 마음에 든다고 직접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얘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마음도 잘 맞고 그래서 작업을 진행하게 됐죠.
Q. 처음 디자인 컨셉은 어떻게 잡았나?
공간을 처음 봤을 때,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느껴졌던 것이, 폐허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기는 한데, 그런 삭막하거나 황량한 공간에 사람이 드나들면서 생명력이 도는 그런 그림이 그려졌어요. 황폐한 자리에 꽃이 피어나는 느낌, 죽은 공간을 살려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걸 표현하려고 했어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는데, 제가 아닌 이 공간을 사용하는 분들, 찾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지를 많이 남겨 놓았어요. 사용자가 채워나갈 수 있도록, 고객들의 흔적이 남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놓았고, 한편으로는 사용자가 여지를 채우고 고객들이 흔적을 남기도록 유도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하려고 했어요.
Q. 사용자가 여지를 채우고 고객이 흔적을 남기도록 유도했다는 걸 조금 자세히 설명할 수 있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에 자연스럽게 이끼가 끼는 것처럼, 공간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을 수밖에 없잖아요. 문 손잡이, 계단 난간, 테이블, 의자 같은 손이 직접 닿는 것들은 당연히 더 그렇고요. 그런데 너무 깨끗하고 맑은 투명한 유리 같은 건, 왠지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잖아요. 손대면 안 될 것 같고, 때가 타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도록 연출했어요. 노출 콘크리트나 나뭇결이 살아있는 테이블, 오래된 벽돌과 합판 같은 부분을 그대로 살려서 젊고 새로운 감각과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동시에 주려고 노력했죠. 다행히 사용하시는 분들도,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다들 편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Q. 그럼 웍스나인 홍대점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
웍스나인 홍대점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웍스나인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 웍스나인을 찾아주시는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이전에 웍스나인에서는 고객분들과 직원분들이 아주 자유롭게 소통하고 대화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셨는데, 이번 홍대점에서는 조금 다른 컨셉을 갖고 계셨어요. 아무래도 바쁜 분들이 많은 곳이고 해서 이전과는 컨셉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르게 만들려고 하셨어요. 웍스나인 홍대점은, 웍스나인 익스프레스(Express)라는 컨셉인데, 직원분들은 요리에 집중할 수 있고, 손님들은 부담 없이 들러서 바로 드시거나 간편하게 포장해서 나갈 수 있는 그런 효율적인 공간을 원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극단적으로 주방과 홀을 나누면 정서적인 면이나 사용자 경험적인 면에서 차갑고 삭막한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Q. 그 균형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보시는 대로 웍스나인 홍대점은 층수가 낮아요. 그 특성에서 많이 힌트를 얻었고, 그 특성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어요. 이건 클라이언트가 직접 제안하신 건데, 입구에 있는 커다란 오픈창으로 직원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게 보이고, 불이 치솟는다던가 하는 어떤 쇼(Show)적인 모습이 보여요. 말로 대화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은 아니지만, 길을 지나는 분들이 그런 모습을 본다는 것만으로 일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그리고 매장 안에서는 홀과 주방을 나누는 픽업바를 밝고 환하게 열어뒀죠. 마찬가지로 대화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계속 이어지도록 했어요. 같은 이유로, 입구 부분의 계단 난간 손잡이를 사선으로 설치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오게 만들었어요.
Q. 클라이언트와 마음이 잘 맞았다고 했는데, 교감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웍스나인 홍대점 같은 경우는 어떤 작업보다도 클라이언트와 교감이 많은 작업이었어요. 클라이언트께서 워낙에 열정적이시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이셔서, 많은 의견을 주셨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디자인을 완성했어요. 무엇보다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에 함께 술을 마시거나 매일 서로 연락하면서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고, 어떤 포부와 비전이 있는지, 어떤 공간에서 어떤 경험과 감각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지를 계속 들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 디자인이니까 당연히 그렇기도 하지만, 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도 했죠.
Q. 입구의 오픈형 창이 클라이언트의 제안이었다고 했는데, 클라이언트가 굉장히 적극적이었나 보다. 클라이언트는 어떤 식으로 디자인에 참여했나?
굉장히 적극적이셔서 저로서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주방은 동선을 짜는 것부터 아예 같이 했어요. 아무래도 직접 공간을 운영하고 비즈니스를 키워가시는 분이기 때문에 신경 쓰실 부분도 많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려할 줄 아는 분이기 때문에 도움이 됐죠. 또 클라이언트께서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세요. 음악이 공간이 미치는 영향과 경험까지 신경 쓰셔서 그런 것까지 또 함께 고민했죠. 많은 의견을 제시하셨고, 함께 고민했지만 그러면서도 디자이너로서의 제 개성이나 전문적인 부분은 존중해주셨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유쾌한 경험이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함께 작은 부분까지도 상의하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나중에 완성됐을 때 진정으로 기뻐하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뿌듯했고요.
Q. 웍스나인 홍대점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워낙에 즐겁게 작업을 해서 어려웠던 점은 특별히 없었던 것 같은데, 조금 까다로웠던 건, 조명과 채광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간의 높이가 낮다 보니까 채광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창문을 아예 조명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보시면 여기 창에 빛이 들어오는 게 햇빛이 아니고 밖에서 안으로 조명이 비추는 거에요. 덕분에 공간을 밝히는 역할도 하고 그 자체로 어떤 데코레이션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은유적인 감각이 느껴져서 밤에는 더 보기가 좋아요. 공간이 전체적으로 어두우면 안 되니까 조명을 많이 썼는데, 직접 조명을 쓰면 인위적인 느낌도 나고, 억지스러울 것 같아서 간접조명을 많이 썼어요. 벽면과 천정에 조명을 설치해서 항상 일정한 조도가 유지되고 밖이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조명 자체로 어떤 멋을 풍길 수 있도록 했어요.
Q. 보통 클라이언트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 편인가?
아무래도 찾아주시는 클라이언트 분들도 젊은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다 보니까 클라이언트 분들과 대화도 잘 통하고 추구하는 감각도 잘 맞고 그런 것 같아요.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기도 하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종종은 술을 마시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작업을 마친 후에도 정말 친구처럼 막역하게 지내는 분들도 계시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젊은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어떤가?
계획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고, 사실 프로젝트와 클라이언트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딱히 뭐라 단정해서 계획을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비전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해요. 그래서인지 어떤 불완전성, 불안정성에서 동적인 에너지를 느끼곤 해요. 공간이 천편일률적이고 지나치게 완전하게 느껴지면, 뭐랄까 재미가 없다고 할까, 정적인 느낌이 들어요. 일부러라도 불완전한 긴장감을 공간에 넣으면 공간에 보이지는 않지만,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 같고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웍스나인 홍대점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젊음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제가 만들어낼 공간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공간이길 바라죠.
인터뷰 기사 노일영
사진 여인우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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